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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알유재〙“커피는 왜 쓰고도 신맛이 날까?”

알아두면 유익하고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 제23화. 쓴맛과 신맛의 비밀

김연홍 | 기사입력 2026/07/27 [02:00]

〘커피 알유재〙“커피는 왜 쓰고도 신맛이 날까?”

알아두면 유익하고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 제23화. 쓴맛과 신맛의 비밀
김연홍 | 입력 : 2026/07/27 [02:00]

▲ 노예가 술타나에게 커피 한 잔을 받는다(카를레 반루,1747-wikiart)

본 글은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김연홍 기자의 커피 인문 칼럼 커피 알유재시리즈로, 100회에 걸쳐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합니다.

 

"이 커피는 너무 시다." "나는 진한 쓴맛이 나는 커피가 좋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신맛'은 과연 커피가 상해서 나는 맛일까? '쓴맛'은 로스팅을 진하게 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맛을 단순히 '쓰다''시다'라는 두 단어로 표현하지만, 그 안에는 커피가 자라온 환경과 가공 방식, 그리고 로스팅 과정이 만들어 낸 복잡한 과학이 숨어 있다. 그 원리를 이해하면 한 잔의 커피가 훨씬 다채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우선 커피의 신맛부터 살펴보자. 신맛은 흔히 부정적인 맛으로 오해받지만, 좋은 커피에서 느껴지는 산미는 신선한 과일을 떠올리게 하는 밝고 상쾌한 맛이다. 잘 익은 사과나 오렌지, 포도, 베리류를 먹을 때 느껴지는 상큼함과 비슷하다. 커피 애호가들이 '산미가 좋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커피 속에는 구연산, 사과산, 인산, 주석산 등 여러 유기산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커피 체리가 익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며, 품종과 재배 환경에 따라 함량이 달라진다. 특히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천천히 익은 커피일수록 당분과 함께 유기산도 풍부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에티오피아나 케냐 같은 고지대 커피에서는 꽃향기와 함께 선명한 산미가 돋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쓴맛은 주로 로스팅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생두는 거의 쓰지 않지만 높은 열을 받으면서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는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가 일어나 다양한 향기 성분이 생성된다. 로스팅이 깊어질수록 일부 유기산은 줄어들고, 쓴맛을 내는 성분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카페인이 커피의 쓴맛을 모두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이 강할수록 커피가 더 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카페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여러 화합물들이 커피 특유의 쓴맛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카페인 함량이 비슷한 커피라도 로스팅 정도에 따라 맛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신맛과 쓴맛은 서로 반대의 관계도 아니다. 좋은 커피에서는 두 맛이 균형을 이루며 조화를 만든다. 밝은 산미가 입안을 생기 있게 열어 주고, 적당한 쓴맛이 전체적인 무게감을 더한다. 여기에 단맛까지 어우러질 때 우리는 흔히 "밸런스가 좋은 커피"라고 말한다. 뛰어난 바리스타들이 추출 시간과 물의 온도, 분쇄도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이유도 이러한 균형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추출 방법도 맛을 크게 바꾼다. 같은 원두라도 물의 온도가 너무 높거나 추출 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쓴맛이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추출이 충분하지 않으면 단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신맛만 두드러질 수 있다. 그래서 커피를 평가할 때는 원두뿐 아니라 어떻게 추출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나라에 따라 선호하는 맛도 조금씩 다르다. 북유럽에서는 산뜻한 산미와 꽃향을 살린 밝은 로스팅을 즐기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특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쌉쌀한 풍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느 쪽이 더 우수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식문화와 취향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커피 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진하게 볶은 원두의 쓴맛을 '좋은 커피'의 기준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스페셜티 커피가 보급되면서 이제는 산미를 커피의 개성으로 즐기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예전에는 "이 커피는 너무 시다."고 평가받던 원두가 이제는 "과일 향이 살아 있는 커피"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같은 맛이라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결국 커피의 쓴맛과 신맛은 서로 경쟁하는 맛이 아니다. 어느 하나가 강할수록 좋은 커피도, 나쁜 커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맛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 잔의 균형을 이루느냐이다. 좋은 커피는 우리에게 단순히 쓴맛이나 신맛 하나만 남기지 않는다. 첫 모금의 산뜻함에서 시작해 은은한 단맛을 지나 깊은 여운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커피 한 잔은 수많은 화학 성분이 만들어 낸 맛의 조화이자, 자연과 사람의 손길이 함께 완성한 작은 작품이다. 오늘 커피를 마실 때는 단순히 "쓰다" 또는 "시다"라고 판단하기보다, 그 속에서 어떤 맛이 먼저 다가오고 어떤 향이 오래 남는지 천천히 느껴 보자. 그러면 늘 마시던 커피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줄 것이다.

 

커피 알유재는 다음 주 월요일 제24, “원두는 왜 볶을수록 색이 변할까?”로 계속됩니다.

(참고 문헌) James Hoffmann, The World Atlas of Coffee/ Kenneth Davids, Coffee: A Guide to Buying, Brewing, and Enjoying/ Illy & Viani, Espresso Coffee: The Science of Qu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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