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알유재〙“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무슨 일을 할까?”알아두면 유익하고 재미있는 커피 이야기… 제22화. 커피 한 잔에 담긴 각성의 과학
※ 본 글은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김연홍 기자의 커피 인문 칼럼 「커피 알유재」 시리즈로, 총 100회에 걸쳐 커피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합니다.
"잠이 쏟아질 때 커피 한 잔만 마시면 금세 정신이 든다." 아마도 커피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아침 출근길의 첫 커피, 시험공부를 할 때 마시는 커피, 졸음을 참으며 운전할 때 찾는 커피까지. 우리는 커피가 잠을 깨워 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말 커피는 우리 몸에 새로운 힘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의외로 답은 "아니다"이다. 카페인은 우리 몸에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물질이 아니다. 피로를 없애는 약도 아니다. 그보다 훨씬 영리한 방법으로 우리의 뇌를 속여 잠시 동안 깨어 있도록 만드는 물질이다. 이 작은 성분 하나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내는지 알게 되면,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마시던 커피가 전혀 다른 음료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몸은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를 느낀다. 몸속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뇌에서는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물질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다. 아데노신은 "이제 충분히 일했으니 쉬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데노신은 뇌의 수용체와 결합하고 신경세포의 활동은 점차 느려진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하품이 나오며 몸은 자연스럽게 휴식을 준비한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이 과정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모양이 어느 정도 비슷하다. 그래서 아데노신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먼저 차지한다. 하지만 카페인은 "쉬어라."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단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아데노신은 갈 곳을 잃고, 뇌는 아직 피곤하지 않은 것처럼 착각한다. 우리는 잠이 달아난 것처럼 느끼고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카페인은 피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피로를 잠시 가려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몸속 피로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뇌가 그 신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페인의 효과가 사라지면 미뤄 두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카페인의 작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데노신의 활동이 억제되면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이 활발해진다. 덕분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반응 속도가 빨라지며 기분도 한결 상쾌해진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경기 전에 적당량의 카페인을 활용하기도 하고,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둔 사람들도 커피 한 잔을 찾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카페인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래 카페인은 커피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낸 천연 방어물질이다. 잎과 열매를 갉아먹는 해충의 신경계를 교란해 접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식물에게는 생존 전략이었던 물질이 인간에게는 각성 효과를 주는 음료가 된 셈이다.
카페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1819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페르디난트 룽게는 커피콩에서 순수한 카페인을 처음 분리해 냈다. 당시 문호 괴테가 룽게에게 커피 성분을 연구해 보라고 권유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후 카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식품 성분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의학과 영양학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카페인의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신 뒤 30~60분 정도가 지나면 혈중 카페인 농도가 가장 높아지고, 이후 서서히 감소한다. 평균적으로 카페인의 절반이 몸에서 분해되는 데 약 4~6시간이 걸리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보다 훨씬 빠르거나 늦을 수도 있다. 그래서 같은 커피를 마셔도 어떤 사람은 밤에도 잠을 잘 자고, 어떤 사람은 오후 한 잔 때문에 새벽까지 뒤척이기도 한다.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한 잔만 마셔도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효과를 느끼기 위해 두 잔, 세 잔을 찾게 된다. 이것이 바로 카페인 내성이다. 우리 몸이 카페인에 적응하면서 아데노신 수용체의 수를 늘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갑자기 커피를 끊으면 두통이나 졸림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카페인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당한 양의 카페인은 집중력 향상과 피로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운동 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불안감이 커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무엇이든 적당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커피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새로 만들어 주는 마법의 음료가 아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피로 신호를 잠시 늦춰 주어 중요한 순간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 주는 지혜로운 조력자이다. 그리고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커피에 의존하기보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먼저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커피 알유재」는 다음 주 월요일 제23화, “커피는 왜 쓰고도 신맛이 날까?”로 계속됩니다. (참고 문헌) Mark Pendergrast, 『Uncommon Grounds』 / James Hoffmann, 『The World Atlas of Coffee』 / Jonathan Morris, 『Coffee and Cultural Identity』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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